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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주잔이 투명한 이슬을 반쯤 채울 적에

문하린 | 유페이퍼 | 12,000원 구매
0 0 335 208 0 6 2023-05-01
길이 그곳에 있기에 길을 걸었다 길이 보이지 않아서 길을 걸었다 도통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어서 걸었다 내가 걸었던 길 내가 끝까지 가지 못한 길 내가 가고 싶었으나 나중을 위해 남겨둔 길 그 길을 걸었다 아무것도 몰라 꿈과 열정으로 가득한 가슴뿐인 길 조금은 알기에 용맹하기만 했던 푸르른 날의 길 그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그 길 위에서 무수한 인연을 만났다 구름에 달빛 가리던 밤 바람 따라 한 생애가 흐르네 한때는 신의를 나누었건만 꽃잎 무너지듯 간 곳을 모르네 본디 태어난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 허망하구나, 돌아오지 않는 세월아 알고도 다하지 못한 마음자리는 내 탓 그리움을 안고 사는 건 남겨진 자의 몫 차마 돌아서지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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